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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사의 Care-Full Space] 좋은 운영은 무엇으로 지속되는가ARTICLE 2026. 7. 3. 05:03
호주 DMF 모델이 한국 시니어 레지던스에 주는 시사점 ③
지난 1편에서는 고급 시니어주거의 가격이 입지에서 출발하지만, 입지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좋은 입지는 이주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낮추고, 세심한 운영과 차별화된 케어 서비스는 실제 이주의 이유를 만든다. 2편에서는 시드니의 프리미엄 시니어주거가 다운사이징을 단순한 주거 면적의 축소가 아니라, 일상의 품격과 선택지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설계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렇다면 좋은 입지와 공간, 그리고 운영은 무엇으로 지속되는가. 시니어주거가 단순한 부동산 개발상품이 아니라 장기 운영형 주거 플랫폼이라면, 그 가치는 결국 공간의 완성도 뿐만 아니라 운영을 지속시킬 수 있는 수익구조로 설명되어야 한다.


Aveo Bella Vista Haven ©Aveo홈페이지 국내 민간 시니어레지던스 수익구조의 한계
국내 민간형시니어레지던스의 수익구조는 아직 단순하다. 입주자는 입소보증금을 내고, 매월 생활비와 관리비를 부담한다. 운영사는 보증금을 통해 초기 자금 부담을 일부 낮추고, 월 생활비와 서비스비를 통해 식사, 시설관리, 커뮤니티 운영, 인력비, 건강관리 연계 비용을 회수한다. 문제는 이 구조가 고급 운영을 지속하기에 충분히 유연하지 않다는 점이다. 보증금은 운영사의 매출이 아니라 언젠가 반환해야 할 부채이고, 월 생활비는 입주자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비용이다. 좋은 입지, 넓은 공용공간, 안정적인 식사 서비스, 24시간 대응 인력,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갖추려면 고정비는 높아진다. 이를 모두 월 비용에 반영하면 시장은 고소득층 중심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주택연금 제도 개정은 이러한 한계를 일부 완화할 수 있는 변화다. 고령자가 보유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도 매월 현금흐름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시니어레지던스 입주 후 생활비와 관리비를 부담할 여력은 높아진다. 특히 실버타운 입주 등으로 담보주택에실거주하지 않는 경우에도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해지는 방향의 제도 개선은, 보유 주택을 ‘거주 자산’에서 ‘노후 현금흐름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주택연금만으로 민간형시니어레지던스의 수익구조의 한계점들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주택연금은 입주자의 월 지불능력을 보완하는 수요 측면의 장치이지, 운영사의 장기 수익모델을 다층화하는 장치는 아니다. 민간형시니어레지던스는 초기 개발비, 금융비용, 공실 리스크, 인건비 상승, 장기수선비, 보증금 반환 부담 등을 동시에 안고 있다. 결국 좋은 운영을 지속하기 위한 수익을 어떤 방식으로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게 된다.
호주 리타이어먼트빌리지의 대표적 수익모델,DMF
이 질문에 대해 호주 retirement village 시장은 참고할 만한 사례를 제공한다. 호주 시니어주거에서 널리 쓰이는 DMF, 즉 Deferred Management Fee는 ‘이연 관리수수료’로, 입주자가 매월 내는 관리비와 별개로 퇴거 시점에 입주금 또는 재판매금에서 일정 금액을 정산하는 구조다.
겉으로는 퇴거수수료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운영사가 장기간 제공한 공간과 서비스의 가치를 퇴거 시점에 회수하는 가격 설계 방식이다. 입주자는 입주 초기 부담이나 거주 중 월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운영사는 수익의 일부를 장래 퇴거 시점에 확보한다. 이러한 이유로 DMF는 호주 retirement village의 대표적인 수익모델로 자리 잡았다.

호주 리타이어먼트 빌리지 수익구조 분석자료©H-SLP(해안시니어라이프플랫폼),해안건축 다만 DMF를 단순히 성공적인 해외 수익모델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호주에서도 DMF는 반복적으로 분쟁의 대상이 되었다. 입주 시점에는 비용이 낮아 보이지만, 퇴거 시점에는 실제 공제액이 크게 체감되기 때문이다. 특히 DMF가 최초 입주금이 아니라 퇴거 시 재판매가나 다음 입주자의 납입금에 연동될 경우, 입주자는 계약 당시 최종 부담액을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여기에 원상복구비, 재단장 비용, 판매수수료, 자본이득 배분까지 결합되면 “내가 실제로 돌려받을 금액이 얼마인가”라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흐려진다.
Aveo집단소송 사례는이 위험을 보여준다. 쟁점은 DMF 자체라기보다,퇴거시점에 적용되는 여러 비용과 계약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부 거주자들이 실제 수령액 감소와 계약의 복잡성에 따른 불투명성을 문제 삼았다는 점이었다.2)이 사례는 퇴거 시점의 비용 구조가 불투명하면 운영사와 입주자 사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결국 호주는 퇴거비용의 공시, 계산 방식의 명확화, 퇴거 후 비용 제한, 분쟁 해결 절차 강화라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왔다.
한국 DMF도입의 첫 번째 장벽, 보증금 문화
한국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전후 실버타운 시장에서는 전액 반환형 보증금과, 거주기간에 따라 일부를 공제하는 ‘상각식 보증금’이 함께 소개되었다.1) 또한 생활유지비나 시설이용료를 선납받고 일정 기간에 걸쳐 상각하는 방식도 일부 시설에서 활용되었다.
그러나상각식 모델은 한국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보증금 문화다. 한국에서 보증금은 기본적으로 “돌려받는 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노후자산이 들어가는 시니어주거에서 보증금이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구조는 서비스 이용료라기보다 손실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건강 악화, 장기입원, 요양시설 전원, 사망 등으로 예상보다 일찍 퇴거할 경우에는 “사용하지 못한 기간의 비용을 왜 돌려받지 못하는가”라는 분쟁도 발생할 수 있다.
초기 실버타운 시장에서 보증금 반환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던 경험도 신뢰 형성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일부 시설의 부도나 운영 부실은 입소보증금 반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었고, 이후 정부는 입소보증금반환채무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과 보증금액 강화를 추진했다.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역시 투기 수요, 불법 분양, 서비스 부실, 본래 목적과 다른 이용 문제를 낳으며 결국 임대형 중심으로 제도가 정리되었다. 이 경험은 한국이 DMF를 검토할 때 중요한 경고가 된다. 운영사 입장에서는 퇴거 시점에 수익을 회수하는 구조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월 생활비를 낮춰 입주 장벽을 낮추고, 장기 운영에 필요한 수익을 나중에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구조가 “나갈 때 보증금을 떼이는 방식”으로 인식될 수 있다. 특히 비용이 계약서 깊숙한 곳에 숨어 있거나, 퇴거 시점에야 숫자로 드러난다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비용 구조의 핵심은 가격을 나누고, 신뢰를 설계하는 일
따라서 한국이 벤치마킹 할 부분은 ‘퇴거 시 공제’라는 형식이 아니라 ‘입주자의 자산구조와 현금흐름에 따라 비용 부담 시점을 선택하게 하는 가격 설계의 방식’이다. 어떤 입주자는 초기 납입 여력이 크지만 월 지출을 낮추고 싶어 한다. 어떤 입주자는 초기 부담을 줄이고 매월 일정액을 부담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또 어떤 입주자는 보증금 반환의 확실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수요를 하나의 가격표로만 대응하기 어렵다면, 선납형,월납형,후불형,고보증금형 같은 복수의 선택지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호주Aveo계약구조 분석©H-SLP(해안시니어라이프플랫폼),해안건축 다만중요한 전제사항은반환보증금과 상각성 비용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증금은 보호되는 자산으로 두고, 커뮤니티 가입비, 입소권, 서비스 선납금처럼 실제 비용으로 인식될 항목은 별도로 구분해야 한다. 상각 기간과 상각률도 입주 전 숫자로 제시되어야 한다. 3년, 5년, 10년 거주 후 퇴거할 때 얼마를 돌려받는지, 사망이나 요양시설 전원처럼 비자발적 퇴거가 발생하면 어떻게 정산되는지까지 사전에 설명되어야 한다. 원상복구비와 다음 입주자를 위한 재단장 비용도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호주 DMF 모델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것은 단순 DMF의 수수료율 등이 아니라, ‘비용 부담 시점을 다층화하는가격 설계방식’이다. 동시에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은 보증금 공제라는 형식이 입주자에게 불투명한 손실로 체감되는 순간, 그 모델은 지속 가능성을 잃는다는 점이다.
민간형시니어레지던스가 중산층 시장까지 확장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격을 나누고, 선택하게 하고, 입주 전부터 총비용을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여유로운 공간과 질 높은 운영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그 비용을단순히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입주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비용을 설계하는 것이다. ■
1) 2006. 04. 02일자 한국경제 기사에서는 당시 실버타운 입주보증금 구조를 보증금식과 상각식으로 구분하며, 상각식은 입주 부담은 낮지만 보증금 중 통상 30~50%가 거주기간에 따라 공제되는 방식으로 설명했다.
2) Luke & Ors v Aveo Group Ltd는 2017년 제기된 Aveo 관련 집단소송으로, Aveo Way 계약과 퇴거비용, DMF, 멤버십 비용, 자본이득 배분, 재판매 방식 등이 쟁점이 되었다. 사건은 2023년 Aveo의 책임 인정 없는 1,100만 호주달러 합의로 종결되었다.
글. 신문정 건축사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레지던스 TFT 팀장)

신 문 정
해안건축 개발기획본부 (시니어 TFT 팀장) | 건축사
시니어레지던스 분야 실적
- 동작구 시니어레지던스 개발사업 (2026~)
- 부천 요양시설 신축공사 (2025~)
- 구리갈매 역세권 실버스테이 (2025~)
- 과천 막계 시니어 레지던스 복합개발 (2024~)
- 한남동 하이엔드 시니어레지던스(소요한남)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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