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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숙 간호부장의 노인병원 애상] 무의미한 삶이란?volume.45 2024. 4. 1. 04:07
난 트롯을 안 좋아 하는데 이 노래의 가사가 공감이 가는 것은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입니다
“ 나이가 든다는 건 조금도 솔직해지고
스스로 더 많이 관대해지면서 여물어 가는 것
타인에 잘못도 내 탓이라면서 다 웃어넘기며
나이 든다는 건 더 멋져지는 것
눈이 침침한 건 필요한 것만 보라고 하는 것
이가 시린 건 연한 음식만 먹으라 하는 것
세월에 허들을 넘다 지치면 숨 고르기 하며
나이 든다는 건 그 누군가에게 위로받으란 것
깜박하는 건 좋은 추억만 기억하라는 것
머리가 하얀 건 더 멀리에서도 잘 보이란 것
세월에 허들을 넘다 지치면 숨 고르기 하면
나이 든다는 건 그 누군가에게 위로 받으란 것
세월에 허들을 뛰어 저 멀리 더 높이 나르면
나이 든다는 건 또 다른 나에게 대답하라는 것
숨 고르고 다 내려놓고 더 크게 웃으며
더 많이 더 나를 사랑하는 것”
위의 노래 가사는 그런대로 젊고 건강한 노인들에 대한 얘기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같아 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50대: 지식의 평준화
(학벌이 높던 낮던, 많이 알던 모르던, 좋은 학교 나왔건 안 나왔건 상관이 없음)
60대: 미모의 평준화
(옛날이 예뻤던 안 예뻣던 상관이 없음: 부장님 예전에 참 예뻤겠어요~~~~ 왜 난 이 말 이 그렇게 듣기 싫지?)
70대: 성의 평준화
(옛날이에 정력이 셌던 안 쎗던 상관이 없음)
80대: 건강의 평준화
(병원에 있는 사람이나 집에 있는 사람이나 상관이 없음)
90대: 생사의 평준화
(살아 있는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거의 같다)
노인 인구가 초 고령화 시대입니다
노인 병원에 오랫동안 근무하다 보니 의미 있는 삶과 무의미한 삶을 생각해 봅니다.
눈썹 문신을 곱게 한 할머니, 심지어는 폐암 말기 젊은 할머니인데 바짝 마른 몸에 핏기 없는 얼굴에 입술만 벌겋게 입술 문신을 한 분도 있었습니다. 나 역시 피부를 곱게 하려구 좋은 영양제에 쌀뜨물을 받아 세안하고 아침저녁으로 얼굴 마사지를 합니다. 물론 보톡스도 맞아 보았고 다이어트로 거금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다이어트가 최고의 성형이라고 다시 태어나면 먹어도 살 안 찌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살 빼는 것에 참으로 많은 세월 집착을 해 왔습니다.
우리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어르신들도 나와 같은 삶을 살았을겁니다.
한때는 건강 하고 젊고 활력 있었고...
얼마 전 나보다 젊은 유명한 교수님이 암 말기로 입원했습니다.
평소 많은 지식을 배우려고 공부도 많이 했고 참으로 멋쟁이 교수님이셨고 정말 열심히 사시던 분이셨습니다.
전신에 암이 전이 되어 식사도 못하고 통증이 심했지만 의연한 모습으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시는 듯 보였습니다. 요양 병원보다는 통증 조절을 더 잘해 주고 정서적 지지와 영적 지지까지 필요할 듯 싶어 호스피스를 권했습니다. 그러다 일주일도 안 되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실 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지 몰라 뻔대 없이 쫓겨날 수도 있으니 그때 다시 오세요 했다. 집으로 모시려고 엘리베이터 공사 중이었는데.... 그 분과 활동을 많이 한 70세도 훨씬 넘은 내 지인이 오랜만에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망설이다 그 사이 돌아 가신 것입니다.
한강을 오랜만에 산책을 나갔는데 젊은이들로 가득 찬 것을 보고 웬지 모를 가슴 벅참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커피숍이나 전철 안에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으면 나 자신도 나이 들었지만 왠지 보기 싫은 것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나이 든 분들이 제일 견디기 힘든 것은 자신보다 젊은 자식이 먼저 죽은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나이들어 의미 없는 삶을 살 바에는 빨리 죽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생사화복이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온갖 장치 다 하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고 조금이라도 아프면 못 참고 약 먹고 싶어 지고 죽음이 무서워 살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에 아주 나이 먹어 보지 않은 나로서는 감히 할 말은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인간다움은 존재하지만 인간답지 못하게 사는 의미없는 삶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부활절 주일에 날마다 새로 태어난 듯이 살아 갈 수 있는 천국 소망을 가져 봅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죽음을 준비하면서 살아갑니다.
글. 최경숙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최경숙 간호부장
현) 서울센트럴 요양병원 간호부장
현) 요양병원 인증 조사위원
전) 대한간호협회 보수교육 강사
전) 요양병원 컨설팅 수석팀장'volume.45'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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