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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들려주는 병원경영 이야기] 암 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volume.56 2025. 3. 5. 15:37
암 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
일본의 인터벤션 전문 IGT 클리닉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섣불리 가지 않게 된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 야 하는 어려움과 함께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 지만 그 길을 올곧게 걸어간다면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다.인터벤션20 전문 클리닉은 MRI, CT, 투시장비, 초음파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장비가 고가이고 인터벤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드문 이유 등으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었다. 그런 인터벤션 전문 클리닉에 이정표가 되어주는 병원이 바로 일본의 IGT21 클리닉이다. 인터벤션 전문 IGT 클리닉은 2002년 개원했다. 2013년에 연간 인터벤션 인원 1,000명을 돌파했고 2015년에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 검사를 실시했다.
오션 뷰인 IGT의 모든 병실 (출처: IGT 클리닉 홈페이지) 인터벤션 치료의 방향을 제시하다
IGT 클리닉의 존재 가치는 당시 일본에도 존재하지 않던 인터벤션 전문 클리닉이라는,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간 데 있다. 인터벤션 전문 클리닉은 미국, 유럽, 일본 등지를 통틀어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의 병원이다. 초기 투자비를 고려하더라도 외래진료가 없는 영상의학과 특성상 타과의 의뢰에 의해서만 환자를 받아왔다. 따라서 인터벤션 전문 클리닉을 개원한다는 생각 자체가 힘들었다.
하지만 IGT 클리닉 원장 호리 신이치堀信一는 암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 주목했다. 암 환자들은 수술, 방사선 치료, 화학 요법과 같은 암 치료법이 주효하지 않은 경우 방법이 없어 손을 놓는 경우가 많다. 원장은 이런 환자들을 ‘암 난민’이라 부른다. 그의 병원은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하루가 소중한 암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
30명의 말기 암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트루디 해리스의 책 『죽는 순간 사람들이 바라는 것』에는 “마지막 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기를……”이란 내용이 있다. 고통 없이 잘 죽는 것, 그것이 바로 그들이 가장 원하는 일이다. 고통스럽게 연명치료를 받는 것과 남은 생을 암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살다 죽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더 환자를 위한 길일까?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다.
IGT 클리닉은 말기 암 환자를 배려하기 위해 병실과 치료실 모두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공간에 있다. IGT 클리닉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인터벤션 치료는 증상 완화에 효과적인 동맥색전술이다. IGT 클리닉의 한 환자는 폐암의 종격동 림프절 전이로 종양이 기도를 눌러 호흡이 어려 운 상태였다. 그런데 동맥색전술을 받은 한 달 후 종양의 크기가 절반으로 줄었고 6개월까지 그 크기를 유지했다. 즉 종양 때문에 숨이 가빴던 환자가 죽는 날까지 숨을 편하게 쉬게 된 것이다.
오사카만 뷰의 말기암 환자 수액치료실. (출처: IGT 클리닉 방문 촬영, 김재욱) 그가 죽기 직전까지 누렸을 삶의 질은 매우 큰 차이가 있었음은 당연 하다. 이곳에서는 동맥색전술 외에도 수액 요법과 온열 치료 등을 시행 하면서 말기 암 환자들의 증상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Doctor’s view
서울대병원 노동영 전 암병원장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이나 에이즈도 처음에는 못 고쳤는데 점차 만성화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암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만성질환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암은 결국 만성질환이 될 것이다. 점점 비침습적인 치료법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방사선 치료 분야에서는 원하는 부위에 정확히 방사선을 집 중할 수 있는 기기들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많은 암 환자는 고통받고 있고 남은 삶을 병원에서 연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암 환자 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를 하는 병원들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간 IGT 클리닉의 진정한 존재 가치다. 최 근 한국 내에서도 이러한 일을 하는 1차 의료기관이 생겨서 아주 희망적으로 생각한다.
글. 김우성 | GF 소아청소년과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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